갤럭시 GOS 이슈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응을 보면서

갤럭시S22 시리즈 공개 이후 GOS 이슈가 주목받고 있다. 게임 최적화 서비스인 GOS(Game Optimizing Service 웹서핑 등의 일반적인 작업대비 많은 처리량을 요구하는 게임 작업 시 스마트폰의 발열, 전력 소모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갤럭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되어있다. 여기서 스마트폰의 발열, 전력 소모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칩셋의 성능을 100%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 제한을 두는 것이다. 성능에 제한을 두면 당연하게도 게임 등의 고사양 작업 시 만족스러운 퍼포먼스를 경험하지 못할 수 있다. S22 외 여러 모델에게 GOS가 탑재되었지만, 유독 S22 시리즈에서 제한의 정도가 지나쳤기 때문에 급속도로 이슈화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번 이슈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 중 또 하나는, 벤치마킹 앱에서는 GOS를 통한 성능 제한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고성능 스마트폰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충분히 고객을 기만한 것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고, 이와 관련해 리콜, 추가 보상, GOS 삭제 등 다양한 고객 요구가 언급되고 있다. 게다가 대표적인 벤치마킹 앱 ‘긱벤치’에서는 S22 시리즈를 포함해 삼성전자의 일부 플래그십 시리즈가 퇴출당하며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갤럭시S22 시리즈 및 GOS에 대한 이슈는 여기까지만 언급하고 이 글에서는 이번 이슈에 대한 제조사의 대응을 사업 운영 및 기획 측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려 한다.

 

안전에 있어서는 타협점이 없다.

‘안전에 있어서는 타협점이 없다.’ 갤럭시S22 시리즈 공개 이후 삼성전자 갤럭시 관계자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GOS와 관련해 직접 언급한 말이다. 고성능 작업 시 발생하는 발열을 염두해 한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하드웨어 설계 측면에서 발열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어찌 되었든 GOS를 통해 성능을 과하게 제한한 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타협’이라는 워딩을 써가면서 강조했다는 점이 지나치게 공급자 입장에서의 설명이었다고 본다.

 

삼성멤버스 1차 공지

이러한 상황에서 GOS에 대한 논란은 급속도로 커졌고, 삼성전자는 삼성멤버스 앱 내 1차 공지가 올라왔다. 요약하자면 ‘당사는 지속적으로 고객의 의견을 수렴해 사용자 선택권 확대 및 최적의 성능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고자, 성능 우선 옵션을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다.’ 가 전부다. 지나친 성능 제한과 벤치마킹 점수와 게임 성능을 다르게 강제했다는 점 등 GOS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이나 사과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나 1차 공지문 내 니즈를 Needs 로 영문 표기하면서 더욱 조롱거리가 되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한글 공지에 굳이 Needs 로 표현한 점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긴 했다. 아무튼 이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듯한 공지문의 기조와 삼성전자의 대응 태도는 매우 아마추어스러웠다.

기업 입장에서 ‘사과드린다’, ‘죄송하다’ 라는 워딩 자체는 쓰기가 조심스러운게 사실이고, 본문의 주제를 너무 무겁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 ‘양해 말씀 드립니다.’ 등으로 순화해서 사용한다. 적어도 1차 공지에서 이슈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저자세로 적절한 워딩만 사용했어도 본 대응 방향 자체에 이정도로 반발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멤버스 2차 공지

1차 공지 이후 안그래도 확산된 이슈는 더욱 급속도로 커졌고, 많은 사용자들의 반발을 샀다. 삼성전자에서도 이를 인지했는지 2차 공지를 올렸는데, 사용자들이 주로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한 설명을 위주로 공지를 이어나갔다. 재밌는게 여기서는 Needs라고 쓰지 않고 니즈라고 썼다는 점이다. 공지문이 조롱의 대상이라는 점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거운(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 사용 시~’ 로 이어갈 수 있었던 문장을 ‘Heavy 게임 사용 시’ 라고 표현하여 제 2의 Needs 로 주목 받고 있다.

일부 사용자는 ‘VOC(Voice of Customer)’ 라는 단어도 익숙치 않아 검색해봤다며, ‘어렵게 표현한다’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공지가 불친절하다는 의견이다. 기획자 입장에서 너무 익숙한 단어들이지만, 고객향 안내를 할 때는 이러한 부분도 세심하게 체크하는게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계기다.

아무튼 2차 대응에도 이미 부정적인 여론은 너무 확산되어 쉽게 마음을 돌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업데이트 이후 GOS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조차 차단한 삼성전자는 이슈가 너무 확대되니 ‘우회 경로를 원복’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만족스럽지 못한 대응이라 생각한다. GOS를 공식적으로 없애면 이후 발생하는 문제를 삼성전자가 책임져야 하지만, 우회 경로를 원복한 상태에서 고객이 우회하여 성능 제한을 해제하는 행위는 보증기간 내 문제 발생 시에도 고객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안전과 타협하지 못한 것이 되어버리고 고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대응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번 이슈를 보면서

GOS 자체에도 실망감은 있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안전과의 타협은 없다’는 말을 이행하려면, 게임뿐만 아니라 칩셋의 성능을 최대로 사용하는 앱을 전체적으로 제한해야 할 것이고 여기에는 벤치마킹 앱도 포함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벤치마킹 앱은 포함되지 않아 수치적으로는 높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 했을 때 구동 성능은 현저히 낮았다는 점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큰 이슈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거나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것’이 힘든 결정인 것은 알고있다. 이슈의 경중에 따라 대응 방향과 보상 규모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향 안내의 기조도 달라지기에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여 대응 방향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슈가 급속도로 커지는 상황에서도 대외적으로 최대한 심각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는 대응 태도가 고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았나 싶다. 이번 이슈와 이에 대한 대응을 지켜보면서, 이슈화가 되었을 때는 문제를 확실하게 진단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고객향 언어로 정확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끼게되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